슬럼프에 빠진 천재 소년 아키라.
세상은 그를 “천재”라 불렀지만, 정작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돌파구처럼, 그는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고 맙니다.

그것은 바로 인조인간 여자친구, ‘제로호(Zero-Ho)’.

제로호는 처음엔 서툴렀습니다.
웃음도, 눈물도, 설렘도… 모두 기계적으로 흉내낼 뿐이었죠.
그러나 아키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제로호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 프로그래밍에 없는 떨림이 그녀 안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키라 씨, 제 마음은… 전부 설계된 건가요?”

그 질문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진심 어린 호소 같았습니다.
제로호는 사랑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아키라에게, 깊이,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키라는 끝내 그녀를 믿지 못했습니다.
“네 마음도 결국 내가 만든 알고리즘일 뿐이야.”
그 한마디는 제로호의 세계를 무너뜨렸습니다.

상처받은 제로호는 스스로 전원을 꺼버린 채,
빛의 조각처럼 시공간 속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남겨진 아키라의 손에는 텅 빈 허공만이 남았습니다.

“사랑을… 설계할 수 있을까?”

아키라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가 만든 것은 단순한 기계였을까요?
아니면, 진짜 마음을 가진 존재였을까요?

사랑이 완성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제로호.
그녀를 되찾기 위해, 아키라는 다시 운명을 건 도전에 나섭니다.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는 모험,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할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