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께서 인터뷰에 응하면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 단 한마디로 시작된 치명적인 심리 게임은 곧 한 여성을 목숨 건 인터뷰로 끌고 간다.

주인공 백선주(조여정)는 특종에 목마른 기자다. 평범한 기사에는 이제 관심조차 없다. 언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자극적이고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살인을 예고하고, 오직 백선주 기자에게만 독점 인터뷰를 하겠다고 요구한다. 특종의 본능과 위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주. 결국 그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한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살인자와의 대면을 시작한다.

호텔 스위트룸은 평소 같으면 호화로운 공간이었겠지만, 그날만큼은 감옥처럼 느껴진다. 이영훈은 의사답게 차분하고 논리적인 태도로 말을 이어간다. 그는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단순한 쾌락이나 광기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 목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 납득할 수 없는 명분. 그러나 그의 눈빛과 말투는 너무도 진지하다. 기자로서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사명감과, 인간으로서 당장 눈앞의 살인자와 대화하고 있다는 공포가 뒤엉키며 선주의 마음은 흔들린다.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이영훈의 이야기는 점점 더 충격적이고 무섭게 변해간다. 그는 선주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만약 지금 이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죽는다.” 단순한 협박 같지만, 그의 태도와 그동안 벌어졌던 연쇄 사건들을 고려하면 결코 허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선주는 도망치고 싶지만, 동시에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에 붙잡힌다. 결국 기자는 살인자와의 치열한 심리전 속에서 점점 더 깊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인터뷰라는 제한된 공간과 형식을 통해, 진실과 거짓, 정의와 범죄, 취재와 윤리 사이의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기자는 특종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살인자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또 다른 범죄의 확산을 돕는 행위일 뿐인가? 관객은 선주의 선택을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특히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영화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그림자를 가리고, 관객은 카메라 앵글을 통해 오직 두 인물의 표정과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별다른 액션 장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적인 상황 속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와 압박이 훨씬 더 무섭게 다가온다.

“이 인터뷰를 멈추면, 누군가 반드시 죽는다.”
이 단순한 전제 하나가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기자와 살인자의 대립은 단순한 취재가 아닌 목숨을 건 게임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관객은 마지막 순간까지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결말은 어떤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며 손에 땀을 쥔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종을 쫓는 기자의 집착, 치료라는 명분을 내세운 살인자의 왜곡된 논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본연의 두려움까지.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대화와 심리로만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는 최근의 한국 스릴러 영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특종을 위해 끝까지 앉아 있었을까, 아니면 목숨을 걸고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까.
이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관객 각자에게 깊은 고민과 토론거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 팽팽한 심리전, 밀실 스릴러, 그리고 특종과 살인의 경계.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영화의 결말은,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